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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Strasbourg) 당일 여행

프롬나드 2025. 3. 3. 15:28

슈투트가르트에서 새벽에 출발.

가까워도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가는 여정이니 좀 설렜다.
이번에도 49유로 티켓으로 갔다. 단, 독일 국경 도시인 Kehl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가는 구간은 프랑스 구간이라 DB앱에서 몇 천원 정도 금액으로 티켓을 구입해두었다.

기차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제 시간에 잘 출발했는데 DB앱에 보니 연결편 기차가 취소되었다. 충격. 다음 열차편을 알아보니 2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냥 체념하고 환승역에 내려서 커피나 마셔야겠다 하고 있는데 검표원이 왔다. 검표후, 다음 연결편이 취소되었던데 Kehl에서 스트라스부르 구간표를 다음 기차편 시간에도 쓸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그래도 되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니 Kehl에서 트램을 타고 가라고 조언해줬다.

Kiel로 가는 기차편으로 환승하는 역은 플랫폼 이동이 무슨 시골길의 국도같다. 이거 맞나 싶을정도로 구불구불 플랫폼을 찾아 걸어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웅성 거리고 있다. 다들 플랫폼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들여다보고 당황한 기색이다. 한 무리의 비영어권 서양인 남자들이 다른 무리의 남유럽 장년층 여성들에게 스트라스부르를 어떻게 가냐고, 기차가 취소됐다는데 어떻게 하냐 뭐 이런 질문을 하는데 여성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남자들은 서로 자신들의 언어로 우왕좌왕 하고 있다. 알려줄까..? 이 남자들 약간 무섭게 생겼는데..? 이 새벽에 칼바람에 패딩 모자를 푹 쓴 나는 도와줄까 말까하고 있는데 이미 나는 그들에게 말을 시작하고 있더라. 나이가 들면 이렇게 변한다.

"너네 스트라스부르 가?"
(흠칫 하는 표정) "응"
"기차에서 차장한테 물어봤는데 Kehl에서 트램 타고 가래. 1.5유로 정도래."
"오 그래?흠, 하긴 짧은 거리니까 그 정도면 가겠구나." 하며 고마워한다.

근데 우리 대화를 거기 있던 각국의 인파들이 다 듣고 있었던듯.
다른 비영어권 젊은 유럽 여성들이 내게 와서 kehl에서 스트라스부르 가는 기차가 운행 취소되었으니 다음 시간에 타도 되냐고 물어본다. 흠..내가 뭐 많이 안다고 생각했나보다. 아까 차장이 "응 괜찮아,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려야되잖아" 했던 말을 전달해주니 또 고마워한다.
 
그리고 아까 그 남자가 다시 다가와서 내게 질문한다.
"근데 기차가 왜 취소된거야?"
"나야 모르지...근데 내 딸이 그러던데 독일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래."
"오 그렇구나..우리 어제 스트라스부르에서 왔는데 그 때도 기차가 취소되었어."
"그럼 어떻게 왔어?"
"우버 타고 왔어."
"진짜?!"
이 때 한 무리의 아시아 여성들 (영어 잘함)이 대화를 듣고 있다가 "아이쿠 우버 얼마 나왔어?"하고 물어본다.
70유로 정도 나왔다고 한다.

Kehl에 도착하니 파란색 커다란 트램이 바로 앞에 있다. 요금은 2.5유로다. 티켓 판매 기계에서 카드로 구입 가능. 화면 영어 설명 있음.
구글지도 보고 원래 가려던 목적지 카페를 찾아갔다.
여행은 커피와 프랑스빵으로 시작해야지!
 

Patisserie Ojourd'hui

 
프랑스에 온게 실감이 난다.
pain au chocolat와 커피

테이블이 꽤 있는데 만석. 테이크아웃만 된다고 해서 기다리겠다고 하니 "응응 곧 자리 날거야" 하더니 그냥 카운터 자리에 앉겠냐고, 좋다고 하니 정리해 주고 음료와 빵도 직원이 가져다 준다. 바깥 풍경을 보면서 relax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깨끗한 화장실도 이용
 

카페 외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 수도 (capitale de noel)라는 애칭이 붙은 도시다.

세계 3대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 (스트라스부르, 비엔나, 뉘른베르크)
초입에는 상설 마켓인듯한 벼룩시장이 있다
 

활기차고 예쁜 거리. 골목골목 모두 너무 걷기 좋고 재미있다.
 

멍뭉이들 너무 귀엽잖아~~
 

곰 장식이 유명한 듯
 

노트르담 대성당.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웅장함 그 자체
 

특색있는 젤리 가게
 

성당 앞에 길게 줄이 서있길래 앞 커플에게 이거 성당 들어가는 줄이야? 하니까 남자가 맞다고 한다. 남유럽 액센트.
한참 기다려서 들어가보니 헐 계단으로 아주 아주 높이 올라가는 줄이었다. 입장료 8유로. 알고보니 성당 내부 들어가는 건 줄 설 필요도 없고 무료.
어쩔까..하는데 나는 이미 입장료를 내고 있고. 구불구불 계단을 계속 올라간다. 꽤 힘들었지만 더 노쇠해지기 전에 올라가보길 잘했다. 전망이 너무 이쁘고 성취감과 자신감 충전.
 

첨탑 아래쪽 까지 꽤 높이 올라갔는데 전망이 너무 예쁘다. Sometimes the wrong trains take you to the right places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옳은 장소로 데려다 준다)는 말이 생각났다.
 

구경 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풍성한데 슈투트가르트 돌아가는 기차가 하나 둘씩 취소되는 알림이 뜨니 마음이 불안해진다. 게다가 보조배터리 충전이 안된다ㅠㅠ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학교간 딸에게서 잘 있는지 카톡이 왔다. 사정을 얘기하니 일단 보조배터리 전원을 눌러보란다. 아! 완전 충전하고 왔는데 불이 하나만 들어오네. 그래도 일단 충전은 시작되고. 계속 불안
 

다음날 아침 슈투트가르트 에어비앤비 체크아웃인데...기차가 다 캔슬되서 못 돌아갈까봐 걱정 + 충전은 얼마나 될지 걱정.
예쁘다 멋지다 하면서 마음 한 켠에는 계속 불안감.
스트라스부르도 부촌인가보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명품 샵도 많이 눈에 띈다.
1박 했어도 좋았을 거 같다. 볼거리가 많다.
 

다행히 어째어째 90% 넘게 충전 완료! 안심!
 

포근한 스웨터 입은 롱다리 커플 곰
 

쁘띠 프랑스
 

예쁘고 하루 종일 걷고싶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기차가 취소되지 않은 걸 확인하고 마음이 놓였는지 급 배고파져서 마켓으로 되돌아 갔다. 독일식 짧은 파스타(spaetzle 슈페츨레)에 버섯 소스 (poelees de champignons). 10유로 정도였던거 같은데 감동적으로 맛있었다! 뜨끈뜨끈하고 고소하고. 크림 소스와 양송이가 환상적으로 잘 어울렸고 짧고 얇은 파스타도 씹는 맛이 좋았다. 살짝 보슬비가 내리는데도 너무 맛있게 먹음.
 

넘넘 맛있어서 혹시 딸이 나중에 가게되면 먹으라고 위치 확인위해 사진 찍음. 스트라스부르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곳곳에 열리니까

양송이 크림 소스 (Poelees de champigons)

이 파스타 (spaetzle 슈페츨레) 위에 양송이 가득 소스를 얹어준다.

 

샤퀴트리 (charcuterie) 가게 안에 소와 돼지 모형

 
 

30여년전 미국 친구와 만나서 바르셀로나에 갔었나. 아님 이태리 갈 때였나. 이 역에서 정말 오래 기다렸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 아마 그 친구가 기차 지연으로 늦게 왔었나보다. 그냥 막연히 기다렸던..그러다 나타났을때 "꿈같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참, 그 시절에 어떻게 그렇게 핸드폰도 구글맵도 없이 잘 돌아다녔는지 아찔하고 신기하다.

이번에 갈까말까 엄청 망설였던 스트라스부르.
결국 다녀왔다. 정말 좋았고 짧아서 아쉽다.